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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1-10 08:02
제 2회 개인전 평론
 글쓴이 : 황여신
조회 : 451  
   황여신선생님 미술비평.hwp (29.5K) [12] DATE : 2017-01-10 08:02:31
개인전 도록에 실린 평론을 싣습니다
      (2016.11.23~11.29  경인미술관    )



                                                                                        시(詩)와 같은 그림


                                                                                                                                                                                                                        장준석(미술평론가, 한국미술비평연구소소장)


 자고이래로 자연을 통해 삶을 성찰하는 사람은 지혜롭다. 자연은 위대할 뿐만 아니라 삶을 지탱해주는 어머니와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황여신은 소박한 삶을 즐기며 꽃과 자연을 화폭에 담는 다소곳한 시인 같은 한국화 작가이다. 그는 주변의 여러 꽃과 산 등의 자연과 마주하여 교감하기를 즐기면서 그것을 화폭에 자연스럽게 옮겨왔다. 이제 그의 삶은 그림 그리는 삶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황여신은 우리 화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작가는 아니다. 그는 미술대학을 나온 대부분의 화가들과는 달리, 심재 이동일 선생의 문하에서 사사 형태의 교육을 받으며 작가로서의 역량을 인정받았다. 이는 화단의 생리상 특별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단지 그림이 좋아 그림을 그릴 뿐만 아니라 역량을 인정받고 활동을 하는 프로로서의 그의 작품 세계에는 그에 걸맞은 조형적인 에너지가 있다. 스승인 심재 이동일 선생의 강도 높은 회화 수업을 통해 기본기를 탄탄하게 하였을 뿐만 아니라 단순히 그림으로 표현하는 행위를 넘어 그림과 교감을 이루며 심제좌망(心齊坐望)할 수 있는 수준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이처럼 그는 산수를 소재로 하여 그림을 그리며, 남다르게 소박하고 순수하다. 꽃과 산수를 소재로 하여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그림은 대체적으로 마음의 고향 같은 포근함과 미적 향기를 담고 있다. 그의 그림은 시야에 들어오는 꽃과 자연을 흉중에 담아 순수하게 표현해내는 것으로 무취한 내면에서 자연스럽게 표현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실재하는 아름다운 꽃과 산수 자연을 대상으로 그 이미지와 형상에 특별하게 관심을 가짐에 따라 순수한 시성(詩性)이 농후한 그림이 부지불식간에 형성된 것이다. 이러한 상태는 맑고 때 묻지 않은 시심(詩心)에서 비롯되기에 매우 귀한 조형적 행위라 할 수 있다.


 그가 이처럼 수준 높고 어려운 조형적 경계에 설 수 있는 것은 아마도 그의 열정적인 작업 때문인 것 같다. 평생 그림을 그려도 남기기 어려울 수 있는 2000여 점 이상 되는 방대한 양의 작품을 불과 팔년 동안에 완성한 것이 이를 입증해 준다. 이 수많은 그림들은, 그림을 그리고 싶은 어릴 적부터의 욕구와 심오한 사색을 통한 그림과의 교감에 의한 것이다. 이런 연유로 그의 그림은 불과 팔년의 화력이지만 상당한 수준에 이르게 되었다. 대상을 묘사하는 수준을 넘어 대상과의 교감을 통해 이루어지는 사의(寫意)를 드러내는 수준에 이르게 된 것이다. 예를 들어 필선을 보면, 엄청난 횟수의 필선을 운용하는 과정 속에서 선과의 교감, 다시 말해 선과의 대화가 이루어질 정도로 부드러움이 깃든 남다른 필선이다. 그 때문인지 여느 한국화가들과는 달리 그의 그림에는 부담이 없는 선묘와 포치가 두드러지는데, 이는 아마도 미적 감성과 그림에 대한 애정에 의한 것 같다.


 그의 작품은 기교적인 예쁜 그림의 부류는 아니다. 평생 한국미를 연구하였던 우현 고유섭 선생이 언급한 무기교의 기교 혹은 구수함이 흐르는 된장국 같은 성향이 그의 필선과 그림에 담겨있다. 또한 그의 작품은 화려하지도 않다. 실재하는 산수나 꽃 등을 소재로 하면서도 있는 그대로를 그리지 않고 꽃과 자신의 내면과의 교감을 통해 드러난 꽃의 실체를 화폭에 담담하게 담아낸 것이다. 이 담담함은 곧 꽃의 본연이자 작가의 본연이라 할 수 있다. 그만큼 진지함이 반영된 그림인 것이다. 따라서 선 하나하나가 여리고 투박할 수밖에 없으며, 꽃의 형상이 사진처럼 예쁘지도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화면은 차분하게 차를 마시며 지긋하게 바라보고 있노라면 은은한 꽃향기가 느껴질 만큼 은근한 형상미를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그의 그림은 더디게 그려진 그림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그를 오랫동안 지도한, 그리고자 하는 것을 진솔하고 담담하게 그리는 심재 이동일 선생의 작품 성향에서 받은 영향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마치 달팽이가 더디게 움직이는 것처럼 더디게 붓을 운용하는 운필이, 그리고 고운 심성처럼 맑고 밝은 색채가 더디고 묵묵하게 전개돼 가식이 사라진 그림이 우리들 앞에서 아름다움을 발하고 있다. 


 황여신의 그림은 꽃과 자연을 사랑하여 그 내면의 세계를 온전히 담은 것이다. 그는 여러 종류의 꽃들과 야산이나 들녘, 나지막한 산등성이, 개울과 나무 등 자연의 이미지를 형상화하며, 그 이미지에 대한 감흥을 순수한 조형성을 바탕으로 은은하게 발산시킨다. 늘 편안한 마음으로 꽃들과 대면하여 신선함과 맑은 감흥을 느끼며 그들을 평담하면서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본다. 따라서 그의 그림은 자연의 경계를 넘나드는 듯한 자유로움을 내포하고 있으며 예술성이 풍부하다. 또한 그의 화폭에는 아름다운 자연의 이미지들이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운 시정(詩情)을 담고서 여리지만 소담스럽게 펼쳐진다. 자연과 마주하여 겸손한 마음으로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자 하였기에, 평범하고 겸손한 이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산수인 것이다. 더구나 그의 그림은 정감마저 흐르기에 더욱 편안한 가시성을 확보할 수 있어서 각박한 오늘을 사는 현대인들에게 다소나마 위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